백승주 칼럼_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보장 논쟁에 대한 소고

2017. 12. 7. 08:32세상 이야기/백승주의 제주이야기

20세기 후반이후 선진국에서 탈산업화와 복지국가의 변화가 시작되면서 중앙집권적 국가 기능의 비효율성이 부각됐다.
이에 시장화와 지방분권화 이슈가 강조됐다. 덩달아 현대사회의 특징을 말할 때마다 세계화, 정보화와 더불어 지방화 또는 분권화가 중요한 이슈로 끼어들곤 했다. 이처럼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지방분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20세기 후반 지방자치를 재개했다. 다만 선진국들이 국가운영의 효율화를 하기 위해서 분권화를 추진했다면,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서 지방자치를 재개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차이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지방자치를 국가 운영의 효율성과 연결하여 바라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현실의 우리 지방자치가 비효율과 낭비가 양산되면서 실질적 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론이 회자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7월1일 제주특별법에 근거하여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교하여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그 결과 기존의 행정체계와 자치권한이 크게 달라졌다.

그 후 어언 10여년이 지났지만 현재 특별자치도 체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고비용 비효율’ 체제라는 시각이다.
당초 특별자치도 설치 또한 지방자치를 국가 운영의 효율성과 연결하여 바라보지 못한 필연적 결과다. 게다가 정부는 지방정부의 효율성 강화보다는 중앙정부를 위한 2가지 숨은 뜻을 실현하는데 정책적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국제화 또는 세계화의 실현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제주지역을 국제적인 관광·휴양지로 만들려면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고 관광·의료·교육 등 다방면에서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에 따라 관련 권한을 아예 특별자치도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주지역을 지방분권의 확대를 위한 실험적 교두보, 즉 테스트베드로 상정(想定)하고 있었다.
제주도가 섬지역이기 때문에 지리적 위치나 사회경제 구조면에서 다른 자치단체와의 연계가 약하기 때문에 우선 제주에서 고도의 자치권 부여 실험을 한 뒤에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까지 확산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당시 중앙정부는 고도의 자치권 부여 차원에서 국방·외교 등 국가존립에 필수적인 사무와 사회보험 등 전국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사무를 제외한 나머지 권한을 대폭 이양시켜 연방국가 수준의 특별자치도를 계획했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 권한 중 상당부분이 제도개선 차원에서 이양됐지만 정권교체 등 여러 사정이 겹쳐 당초 계획만큼 자치분권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처럼 저비용·고효율을 기치로 하여 특별자치도가 설치된 것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지만 그 숨은 뜻은 전혀 다른데 있었다.

특별자치도 설치의 근본적 취지가 순수하게 도민 복리증진을 위한 제주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크게 인식되지 못했다. 그보다는 국가 시책의 완성과 국가정책의 실험 무대가 되어왔다는 사실이다.

최근 서울과 제주에서, 제주도와 도의회 그리고 각 정당의 도당차원에서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개정안’ 마련 차원에서 관점에 따라 처한 입장에 따라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각 안의 요지는 ‘제주의 특수성을 고려한 특별자치 지방정부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정부 또한 지방분권 공약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요지는 ‘전체 지방정부로 중앙사무 중 상당부분을 이양하는 권한이양과 자주재원 규모를 소폭 키우는 재정분권 강화’로 파악되고 있다.

생각건대 이런 상황에 비추어 제주만을 위한 헌법적 지위 보장을 위한 입법의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듯하다.

그 당위성이나 필요성 또한 객관적인 설득력을 얻기에는 다소 미심쩍어 보인다.
특히 선언적 지위 보장 보다는 실질적 지위보장을 기대한다면 더욱 난망해 보인다. 아울러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 상황 등에 직면한 특별자치도 체제 하에서 헌법적 지위보장이 반드시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심히 우려된다.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2017.10.1 제주매일 칼럼